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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논문 읽기/예술] 사진에서의 윤리적 문제
    논문 읽기 2022. 2. 3. 17:15

    제목: 사진에서의 윤리적 문제

    저자: 박제영 ( Jaeyong Park ) , 손영실 ( Youngsil Sohn )

    발행일: 2013.12.30.

    발행처: 한국기초조형학회 기초조형학연구 Vol.14(6) pp.167-177

    URL: https://www.dbpia.co.kr/Journal/articleDetail?nodeId=NODE09032993


     자신의 책 '사진에 관하여'에서 수잔 손택은 사진을 찍는 행위를 그 대상을 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사진 촬영이란 피사체에 대한 소유욕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했다. 사진 촬영자와 그의 피사체는 썩 동등하지 않다. 촬영자가 카메라 뒤에 숨은 동안 피사체는 해체되고 재조립되며 복제되고 배포된다. 그것은 다소 폭력적인 과정이다.

     피사체가 사물이나 풍경이라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겠다. 사람이 들어서면 문제가 생긴다. 사람과 사람은 원칙적으로 동등하니까. 그게 인권이니까. 카메라를 받침대 삼아 기울어진 모델과 포토의 관계는 어딘가 기괴하고 비정상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델을 존중하며 그의 있는 그대로를 담는 걸로는 만족할 수 없으면서도 동시에 모델을 연출의 도구로 사용하자니 죄책감에 짓이기는 게 지금 내 상태다. 나는 혼란 속에 있다. 이 어지럼증이 가실 때까지 한동안 복제 가능한 예술의 윤리성을 탐색할 것 같다.

     이번에 읽은 논문은 새로운 인사이트를 제공하진 않았다. 다만 역사적으로 자주 논의되었던 쟁점들을 정리하고 사례를 모아두었다는 데에서 의미 있었다. 이번 글은 이들 쟁점과 각각에 해당하는 사례를 짧게 요약하고 끝낼까 한다.


    첫 번째 쟁점: 인권, 사진 작가의 개입 범위

     

     퓰리처상이 제정된 이후로 이 논의가 끊인 적이 있었나 모르겠다. 사진계의 오래되고 가장 고전적인 논쟁일지도 모르겠다. 위험에 처한 대상을 보았을 때, 사진 작가는 그를 구하기 이전에 셔터를 누른다. 이런 사진이 공개되면 그는 세계적인 비난을 받고는 한다. 논문에서는 케빈 카터(Kevin Carter)의 사례와 우마르 아바시(R. Umar Abbasi)의 사례를 꼽았다. 케빈 카터가 찍은 '수단의 굶주린 소녀'와 우마르 아바시가 찍은 뉴욕 포스트의 보도 사진은 공통적으로 죽음의 문턱에 걸친 사람들을 담고 있다. 둘은 비난을 피할 수 없었고, 케빈 카터는 결국 자살을 택했다.

     

    두 번째 쟁점: 사진의 조작 가능성

     

     사진 편집의 역사는 포토샵이 발명되기 이전으로까지 돌아간다. 필름 사진만 존재하던 시대에도 사람들은 필름을 물리적으로 조작하는 등의 방식으로 렌즈를 투과한 현실을 왜곡했다. 예술이 아닌 정치적 목적으로 사진이 조작된 채 보도될 경우 군중을 선동하거나 거짓된 정보로 대중을 호도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게 스탈린을 담은 사진이라고 한다.

     논문에서는 연출된 사진 역시 '조작'의 범주로 다루고 있다. 로버트 마스의 루마니아 인종 학살 사진이 대표적이다. 다만 나는 연출이란 섬세하게 다뤄져야 하는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논문에서는 보도 목적이 아닌 사례에서는 연출이 작가의 의도와 예술의 테두리 안에서 보호받음을 짚었다. 인용한 사례는 '파리 시청 앞의 키스'였다. (두 모델이 연기한 사랑에 열광하던 소비자들은 그것이 연출된 이미지임을 알고 분노하기도 했다.)

     

    세 번째 쟁점: 초상권

     

     요 근래 사울 레이터 사진전이 국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캔디드 사진은 다소 낯선 영역이지만, 이 낯섦을 넘어설 정도로 레이터의 사진이 아름다웠는지도 모르겠다. 사울 레이터가 활동했던 파리와 뉴욕은 거리 사진의 본거지라고 여겨질 정도로 캔디드 사진이 보편적었다. 대한민국에서 활동하는 거리 사진가들은 그런 분위기를 부러워하기도 한다. 국내에선 거리 사진을 찍다가 저 멀리 지나던 행인이 '사진 지워달라'며 다가왔다는 류의 경험담이 속출한다. 소심한 마음에 차마 사람은 찍지 못하는 나도 애완견을 카메라에 담았다가 견주에게 '사진 지워주세요. 그리고 찍지 마세요.'라는 말을 들었다.

     찍히는 사람의 불쾌함은 이해한다. 19년도 가을, 홍대에서 버스킹을 보다가 버스커 너머로 객석을 촬영하는 사진가를 본 적이 있다. 카메라 뒷편이 익숙했던 나는 길쭉한 렌즈가 나를 바라보자 당혹감에 휩싸였다. SNS에 그 사진이 올라올까 싶어 한동안 인스타그램을 뒤적였던 기억이 있다.

     거리 사진에서 초상권 문제 역시 언제나 뜨거운 감자다. 논문에서는 아바스가 찍은 '세계 청년의 날'이란 사진과 뤼크 들라예의 '타자'를 사례로 다루고 있다. 특히 들라예의 주머니에 손을 감춘 채로 셔터를 누르며 지하철 승객을 몰래 촬영하는 방식은 논란의 여지가 많아 보인다. 놀랍게도 이 사건은 재판에서 무죄로 판결났다. 법정은 표현의 자유에 방점을 찍어준 거다.

     초상권 논란은 몇 번의 무죄 판결로 일축되지 않았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기 시작하고, 인터넷을 통해 무분별한 재생산이 가능해지면서 어느 때보다도 뜨거운 감자이지 않을까 생각된다. 조만간 아마추어 사진가들에 대한 논문도 찾아봐야지.

     

    네 번째 쟁점: 전쟁 사진

     

     첫 번째 논점과 결을 같이 하지만, 작가에게 면죄부를 줄 여지가 더 크다고 생각된다. 종군 사진 기자는 전쟁터에 발을 담그면서 자신의 목숨마저도 벼랑 끝에 내던진다. 피사체를 도와주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나는 그저 셔터를 누르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고 변명할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논문에서는 호르스트 파스(Horst Faas)가 군중의 광분에 못 이겨 사건에 직접 뛰어들지 못하고 이미지만 담아왔다고 설명한 사례를 다루고 있다.

     

    다섯 번째 쟁점: 도용과 저작권

     

     논문에서는 카보우르 백작의 사진의 무단 복제를 두고 벌어진 재판을 예시로 들었다. 해당 재판에서 법원은 처음으로 사진을 예술로 인정하고,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해줬다고 한다. 이런 논의와 함께 SNS 상에서 사진의 무단 복제와 배포를 다루고 있다. 사진을 불법 복제하는 건 간편하고 보편적이다. 저작권법이 엄연히 존재하지만, 너무 공공연해서 하나하나 재판하고 처벌하는 게 어려울 지경이지 싶다. 이 지점과 관련해서 NFT와 예술을 공부해보고 싶다.

     

    여섯 번째이자 마지막 쟁점: 표현의 자유와 도덕적 윤리

     

     내가 다시 예술 논문을 읽기 시작한 이유에 가장 근접한 논점이다! 사진은 이제 단슨히 현실을 재현하는 걸 넘어서 무언가를 표현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이 표현이 성적이거나 폭력적이면 논쟁의 중심으로 휩쓸려 들어간다. 포토샵과 합성이 대세인 지금에도 사진은 현실을 기본 골자로 삼고 있어서 그런지 사진에 담긴 외설적인 모습, 불쾌한 모습은 다른 매체에 같은 모습이 담겼을 때보다도 더 큰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모양이다. 논문은 로버트 메이플소프(Robert Mapplethorpe)가 찍은 사진들과 안드레스 세라노(Andres Serrano)의 십자가 사진을 예시로 다루고 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모델과 포토의 관계를 다뤄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남성 포토가 여성 모델을 성적으로 대상화하는 사진을 찍는 건 생각보다 흔하다. 그 과정에서 성희롱과 성추행, 극단적인 경우엔 성폭력이 일어나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만들어진 사진이 배포되고 재생산되면서 2차적인 가해, 성희롱 등이 발생하기도 한다. 성별을 떠나서 여성 포토가 남성 모델에게, 여성이 여성에게 또는 남성이 남성에게 비슷한 류의 폭력을 가할 수 있다. 영화 감독에 대해 배우가 '을'의 입장이 되는 상황을 생각하면 된다.


     수많은 터부와 도덕적 결벽증 속에서 살아가는 시대이다. 여섯 가지 쟁점을 정리하고 나니 넘어선 안 되는 정지선을 사방에 그어둔 기분이다. 조금 찝찝한 기분으로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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